신호.
집에 가는 길에 유난히 차가 더 많이 막히던 날. 신호에 걸려 창밖에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. 대학생 쯔음 되었을까? 어려보이는 남학생이 꽃집에서 나오더라. 꽃 한다발을 안고 해맑게 웃는 얼굴로. 신호가 풀려서 별 생각없이 다시 가다 서다 하다가 내가 마지막으로 꽃을 샀던게 언제였더라 싶었는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어. 그러다 나도 그 학생처럼 웃고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. 꽃을 안고 향기를 맡던 네 웃음이 떠오르고. 그래. 누구 말처럼 난 그냥 그때가 그리운 걸지도 몰라. 나도 모르게 그때 우리를 예쁘게만 그리고 있는지도. 그래도 어떻게 하니. 몇 년이 지나도. 어디를 가도. 무얼 해도. 이렇게 따라만 다니는데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