티스토리 뷰

 

늦은 대답.

Pooh lamp

그런 말 있잖아.

가사들이 다 내 노래 같다고.

다 자기위안 감정이입하며 오버하는거라 생각했었는데.

진짜 그렇더라.

몇 개 있어. 찡하게 만드는.

 

듣다가 생각하다 멍해지고 또 듣다 멍해지고.

늙어서 그런가.

그렇게 시간 보내는게 익숙해지더라.

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어.

 

너무 지겹고 뻔했던 우리 짧은 헤어짐.

너에게 말도 하지 않고 갑작스레 떠나버렸던 먼 나라.

몇 번의 긴긴 통화와 영상 통화들.

풀린줄 알았던 잠깐의 우리.

기억나지도 않는 또 사소한 다툼 끝에서 난 널 무너지게 만들었고.

 

수천 번도 더 생각해봤어.

왜 그때 난 있지도 않던 일들을 굳이 만들어 너에게 상처를 줬을까.

그때 난 뭐가 그리 힘들어서 뭐가 그리 무서워서

기도까지 해가며 우리 헤어지길 빌었을까.

우는 널 모른체 끊어버린 전화 뒤에서 난 왜 머뭇거렸을까.

현실적으로 되어가던 우리가 왜 두려웠을까.

내 나름대론 우리 미래를 위해라며 끌려 떠났던 먼 나라인데 왜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해버렸을까.

왜 우린 영원할줄 알았을까.

 

한두 해 지나고 갑자기 걸려온 네 전화는 날 무너뜨렸어.

까닭 없이 주제넘던 내 멍청한 믿음이 틀렸다는걸 알았을 땐 너무 늦었다 스스로 타일렀고.

처음 만나던 날보다 더 낯설던 너와의 짧았던 시간.

네 눈빛. 네 목소리. 네 표정. 마지막 네 뒷모습. 마지막 인사.

차에서 내리며 스쳐보였던 슬픈 네 얼굴은 지금도 선명히 내 머리에 박혀있는데

그날 우리의 대화는 하나도 기억나질 않아.


이촌동. 신촌. 명동. 압구정동. 신림동.

출근하다가도. 밥 먹을 때에도. 퇴근하다가도. 집 앞 편의점 갈 때에도.

어느 곳에서건 난 널 찾아. 혹시 우연히라도 마주칠까.

 

네게 장난삼아 물었던 적 있어.

혹시나 우리 헤어지면 이 노래 가사가 와닿으려냐고.

왜 그런 생각하냐며 삐진 널 달래면서도 어떠려나 했었고.

모르겠어 아직도. 지금 그 노래 들어도 그때 이런 대화 나누던 그때 우리만 생각나.

그리고 넌 물었어.

혹시나 우리 헤어지고 네가 다른 사람 만나다 나 아니면 안되겠다 돌아오면 받아줄거냐고.

그때 난 모르겠다 그럴 일 없을거라 대충 넘기며 대답했었고.

 

수천 번을 생각해봐도 돌리고 싶어.

떠나기 전에 너를 찾아가고싶고.

놀러오고 싶다 했을 때 당장 비행기 티켓부터 끊었어야 했고.

상처주려 뱉어버린 통화도 모두 지워버리고 싶고.

한국 들어오자마자 네게 달려갔어야 했고.

마지막 인사하던 밤 늦었다고 되뇌이며 멍청한 소리 해대던 나는 무시한체 제발 돌아와달라 빌었어야 했어.

 

진심으로 네 행복을 바래.

그래도 아주 만약 혹시.

외롭거나 지치거나 힘들거나 슬프다면 얘기해주라.

언제든 어디든 달려갈게. 

그냥 하는 말 아니야.

세상 누구보다 사랑할게. 아끼고 아낄게.

두 번 다시 울리지 않을게. 상처까지 안아줄게. 얼굴 찌푸리게 하지 않을게.

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기회 주면 죽는 날까지 놓지 않을게.

 

앞으로는 두 가지를 기도할거야.

네가 행복하길.

혹시 아니라면 날 찾아주길.

미안해. 너무 늦게 깨달아서.

내가 몰랐어.

늘 사랑하고 있었어. 처음부터 지금까지.

' 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사진.  (0) 2016.03.04
인연.  (0) 2016.03.02
시작.  (0) 2016.03.01
이제야.  (0) 2016.03.01
술.  (0) 2016.02.29
댓글
최근에 올라온 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