티스토리 뷰

 

일상.

Pooh lamp

요즘 밤에는 거의 매일 네 방 창문 앞에 가.

집에 있기도 싫고.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. 하고싶은 일도 없고.

예전 생각도 하며 노래도 듣고 멍 때리기도 하려고.

왠지 널 만날거 같기도 하고.

 

어제는 운이 좋아 네 방 창문 바로 앞에 차를 댔었어.

멍하니 있다 새탈하던 장면도 떠올리고 이런 저런 생각들도 하고.

그러다 내려서 담뱃불 붙이려하는데.

갑자기 네가 늘 걸어오던 사잇길에서 조그마한 그림자가 나타나는거야.

너무 깜짝 놀라서 얼어버린 것처럼 멍하니 서있었어.

가까워 올수록 네가 아닌걸 알았는데.

이상하게 슬프기도 하고 안심도 됐어.

 

생각해보니 나는 늘 남의 시선만 의식하며 살았더라.

솔직하지도 못했고 표현도 다 하지못했고.

세상 모든 근심거리는 다 안고살고. 뒤부터 걱정하고.

 

있잖아. 우리 다시 만난다면.

억지로 맞추기보단 이해할거야.

높은 구두 신으면 발 아플때 언제든 갈아신을수 있게 운동화부터 슬쩍 챙길거고

옷 얇게 입으면 옷 한 겹 더입어서 언제든 내어줄거고

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잡을땐 내 손부터 내밀거고

약속시간보다 늦게 나와도 예쁘다 칭찬부터 할거야.

예뻐해달라고 하기 전에 사랑받고있다 행복하다 느끼게 해줄거고

가고싶은 곳 먹고싶은거 있다하면 어디든 가줄거고

담배도 끊고 교회도 같이 다닐거야.

네가 내 세상이고 신이고 모든 것이 될거야.

언제까지고 편히 쉴수있는 네 곰인형이 될거야.

유통기한없음... 지키고 싶어.

 

요새 내 하루는 이렇게 끝나.

네 방 앞에서. 교회 주차장 앞에서. 한강에서.

아무도 듣지 않고 보지도 못하는 다짐만 하다가.

홀로.

 

 

 

 

' 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생일.  (0) 2016.04.26
모노.  (0) 2016.03.14
꿈에.  (0) 2016.03.07
이해.  (0) 2016.03.05
사진.  (0) 2016.03.04
댓글
최근에 올라온 글